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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감싸는 새로운 켜: 춘천예술마당 봄내극장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

박정환, 송상헌
사진
송유섭
자료제공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
진행
방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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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시민들의 기억 속 봄내극장

‘봄내’란 춘천(春川)의 옛말로, 봄내극장은 오랫동안 춘천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하는 공연장이었다. 이 건물은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인 춘천중앙감리교회(현 춘천중앙교회) 건물로 1970년에 지어졌다. 교회로 쓰이던 중 2000년 교회 건물과 부속동을 춘천시에서 매입하면서 ‘춘천예술마당’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후 다양한 공연을 통해 시민들이 자주 찾는 문화공간으로 사용되었지만,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시설 활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 2017년 안전진단 D등급 판정을 받아 개선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시에서는 기존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구조 보강을 통해 안전등급을 높이고 상징적인 벽면 장식은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춘천 시민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근현대 도시 역사문화유산으로서, 봄내극장의 역사적 가치와 장소성을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재생하고자 했다. 

 

주변 맥락의 연결과 외부 공간 개선

대지는 소양강이 감아도는 봉의산 남쪽, 춘천 원도심에 위치하고 있다. 강원도청과 춘천시청 사이에 자리한 춘천예술마당 인근에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장소들이 조밀하게 분포되어 있고, 중앙로와 명동 등 춘천의 상업 중심지도 매우 인접해 있다. 대지 내에 있는 세 개의 주요 건축물인 춘천미술관, 창작관, 봄내극장은 모두 1970년대를 전후하여 준공되었다. 우리는 봄내극장이 춘천미술관과 창작관은 물론, 주변 장소들과도 긴밀하게 관계를 맺으며 주변을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과 프로그램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아울러 대지의 외부 공간을 개선해 접근성과 공공성을 극대화하여 장소가 지닌 잠재성을 더욱 강화하고, 동선과 마당을 개선해 문화 공연시설의 역할을 해내기를 기대했다.

 


 


합리적 구조 보강과 외관 리모델링

봄내극장의 구조물 안전등급을 D등급에서 B등급으로 보강하기 위해 기존 건물의 구조에 기반한 슬래브 보강, 보 철판 보강, 철골 보강 등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노후된 기존 내력벽체와 콘크리트 기둥의 위험성을 낮춰 보다 자유롭게 내부 구조를 변경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지붕의 경우, 캣워크(cat walk, 천장에 설치한 작업통로)와 무대 음향 및 조명 장치가 추가될 수 있도록 무대 리깅빔(rigging beam)을 설치하고 이를 지지할 수 있는 구조를 보강하는 것이 중요했다. 아울러 사방으로 돌출되어 있던 기존 건물의 경사지붕은 철거하고 높이를 높여 평지붕 형태로 계획해 진입부와 공연장 일부 층고를 추가로 확보했다. 동시에 하부 매스의 크기를 조정하여 건물에 비해 지나치게 컸던 옥탑 구조물과 하부 매스의 관계를 개선하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외부 마감재는 전체적으로 흰색 스터코를 사용하여 건물의 시각적 확대와 단순함을 추구하고, 기존 파사드의 상징적인 벽면 장식은 형태는 유지하되 색상을 바꿔 조화를 꾀했다. 봄내극장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옥탑 장식물은 조형적 의미를 존중하여 그대로 유지하되 전면에 메탈패브릭 마감을 덧대어 현대적인 느낌이 들도록 처리했다.

 

생동감 있는 새로운 공연 공간

영국 국립극장 건립을 주도했던 연출가 피터 브룩의 말처럼, 공연장 건축은 공연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들 사이의 생생한 관계가 만드는 상황에 대한 연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봄내극장은 ‘발견된 공간(found space)’이라는 극장 공간 개념을 적용해, 비공연장을 공연장으로 변형한 리모델링 프로젝트다. 따라서 단순히 노후된 공연장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생동감 있는 새로운 공연 공간을 제안하고자 했다. 무대 제작과 관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때 기존 봄내극장은 제작 공간의 경우 콘서트에서 인형극까지 다양한 무대를 지원하는 지원시설에 대한 보강이 필요했고, 관람 공간은 배우와 관객의 거리감과 친밀함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좌석 배치가 필요했다. 3층 객석을 2층 객석으로 위치를 변경하여 전 좌석의 시야각을 확보(C-Value 90 등급)하고 관객과 공연자 간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 친밀감을 높이고자 했다. 또한 고정 좌석 및 이동형 좌석을 조합해 ‘바라보는’ 또는 ‘바라보이는’ 공간 속에서 관객들이 소리, 움직임 등의 다양한 감정 요소를 주고 받으며 서로가 공통된 감정(unity)을 공유하도록 했다.

 


 

 

다목적 복합문화공간

봄내극장은 저예산의 소극장 리모델링 프로젝트였지만,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무대 형태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는 블랙박스형 공연장 개념을 도입하고자 시도했다. 비록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공모전 당시 이동형 객석을 도입해 다양한 객석과 무대 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공연자들의 다양한 동선도 고려하여 무대에서 외부로 바로 이어지는 외부 계단을 북측에 신설하여 야외 마당을 활용하는 공연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분장실 등을 다목적으로 설계해 공연지원 공간의 부족을 해결하고자 했다. 추가로 설치한 엘리베이터는 장비의 효율적인 입반출을 도우며 장애인의 진입 동선과 무대제작 과정의 효율성을 개선한다. 기존의 봄내극장은 관객들이 외부 계단을 통해 2층 공연장으로 바로 진입하게 되어 있어 관객을 위한 로비 공간이 부재했다. 기존에 쓰이지 않던 1, 2층의 홀 공간을 이용해 넓은 로비 공간을 확보하여 진입 동선을 개선했다. 관객들은 로비와 진입부를 거쳐 공연 공간에 들어가면서 건물의 전체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로비는 관객과 관객, 관객과 공연자 간 교류의 장으로써 관객들이 공연 전후의 경험을 확장하는 장소로 작용한다. 1층에 마련한 라운지는 공연자의 워밍업, 워크숍 공간인 동시에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은 누구나 머물 수 있는 휴게 공간이며, 공연뿐 아니라 미술 전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에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작은 공연장을 대상으로 실험적인 공연 기획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을 구현하고자 시도했다. 공공 프로젝트가 가진 한계에 부딪쳐 의도대로 구현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봄내극장을 통해 문화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조금씩 진전되기를 기대한다.(글 박정환, 송상헌 / 진행 방유경 기자) 

 

리모델링 이전 (기존 건물)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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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박정환, 송상헌)

설계담당

정은선, 이현우, 정성욱

위치

강원도 춘천시 서부대성로 71

용도

문화 및 집회시설

대지면적

3,242㎡

건축면적

306.38㎡

연면적

748.82㎡

규모

지상 3층, 지하 1층

높이

21.7m

건폐율

25.55%

용적률

63.8%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외부마감

메탈메시, 스터코, 알루미늄패널, 로이복층유리

내부마감

친환경 수성페인트, 코튼스프레이, 타일, 원목마루

구조설계

(주)라임

기계,전기설계

(주)하나기연

시공

(주)삼산건설

설계기간

2019. 9. ~ 2020. 6.

시공기간

2020. 11. ~ 2021. 10.

건축주

춘천시

공연장 컨설턴트

고스트엘엑스(류정식)


박정환
박정환은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의 공동대표이자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로서 건축, 도시, 인테리어 등 폭넓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미국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서울의 매스스터디스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뉴욕의 리처드 마이어 앤 파트너스와 아심토트 아키텍처에서 프로젝트 아키텍트로 활동했다. 미국 건축사이며 LEED AP를 소지하고 있고,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송상헌
송상헌은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의 공동대표로 대한민국 건축사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한 이후, 서울 소재의 여러 건축사사무소를 거치며 공공 시설물에서부터 공동주택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규모, 다양한 용도의 건축 프로젝트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를 토대로 도시, 건축, 조경 등 폭넓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