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이면도로는 쾌적하게 걷기 힘든 물리적 환경이 지배한다. 많은 경우 보행로와 차도 구분이 없는 길로서 황량한 주차 필로티와 차량 진입부, 그리고 소통 없는 벽들이 도로를 면하고, 이따금 그 틈새로 사람을 위한 출입구가 있는 것이 이면도로의 보편적인 풍경이다. 이곳에서는 길과 건물 그리고 도로변의 사람들 간에 소통이 없다. 언제부턴가 무소통이 기본이 된 이곳에 새로 들어선 건물들도 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보다는 건물로 들어간 후의 경험과 실내환경에 초점을 맞추며 계획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11 테라스, 오피스 건물의 작은 시도
11 테라스는 이런 전형적인 이면도로의 여건을 가진 삼성동의 경사진 땅에 위치한 오피스 건물이다. 부지 주변의 오피스 건물과 빌라, 나홀로 아파트 등 대부분의 건물은 길과 무관하게 서 있고, 지상부는 차를 위한 공간이거나 도로변과 소통 없는 기둥과 벽들로 이루어져 있다. 11 테라스는 임대용 오피스 건물로서 태생적으로 획일화된 용도로 용적률을 최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기획되었다. 그럼에도 이를 사용하는 사람과 공공영역을 대하는 접근법에 대한 고민을 담아 무표정한 이면도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공적인 대안을 찾고자 시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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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철, 길과의 소통
11 테라스는 수직∙수평적으로 요철을 형성하며 건물의 입면이 길과 만나도록 계획하였다. 각층의 테라스는 입면의 들어가고 나옴을 통해서 길과 건물 간의 소통을 중개하는 완충지대가 된다. 입체적인 입면을 통해 개인의 건물이지만 동시에 공공의 풍경이자 공공과 소통하는 공간이 된다. 또한 각층의 근무자들에게 이곳은 그들만의 휴식과 공공을 나누는 공간이 된다. 연면적에서 발코니를 완화해주는 법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각층에 테라스를 조성하면서도 건축물의 건폐율과 용적률은 최대한으로 확보(용적률 250%, 건폐율 60%)하는 건축적 대안을 찾아냈다. 이 요철은 1층의 도로변에서는 길을 따라 수평적인 관계로 확장되며 보행자와 건물의 관계를 맺어준다. 건물과 도로의 경계면에서, 보행자와 장애인을 위한 진입부와 화단 및 벤치 공간의 조합을 통한 요철은 보행자 레벨의 경관을 형성하며 시시각각 건물과 상호 교감 속에 보행하는 경험을 의도하였다.
지하근생 진입부 / (아래) 사진_최진보
접촉, 일상의 식물과 재료
11 테라스에 적용한 요철은 휴식의 공간이자 동시에 그 주변의 틈을 활용한 식재 공간을 제시한다. 지상부의 도로변 요철을 형성하며 적용된 화단과 조경은 일상의 보행환경에서 식물과 접하는 경험을 늘려준다. 테라스는 작은 화단과 함께 층별로 다르게 마감되며 각층의 오피스에 개별화된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일상의 동선과 식물과의 접촉은 옥상으로 이어지며 다시 한번 넓은 하늘 아래에서 휴식과 식물이 함께 하는 일상을 제공한다. 11 테라스의 식재 공간은 법적 조경에 더하여 건물의 남는 틈새들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비록 개별적인 면적은 작지만, 지하에서부터 옥상까지 이어지며 집합적으로 일상의 업무 및 보행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식물과 접할 수 있는 빈도가 늘어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서울은 걸어 다닐 수 있는 근접 거리에 다양한 시설들이 모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길을 차지하는 이면도로에는 소통이 없고 걷기 힘든 길들이 산재해있다. 11 테라스가 놓인 곳과 유사한 이면도로를 일상의 환경으로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휴식을 위한 작은 공원이나 산책로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다. 우리 삶의 질을 위해서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공간의 가치가 그만큼 좋아져야 한다. 주변의 흔한 업무시설이 길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 어떻게 공공의 풍경과 공공의 체험에 기여하면서도 개인의 건축물로서 가치를 유지하는지 그 대안에 대한 작은 가능성을 11 테라스를 통해서 제안해본다.
1층 오피스로비
5층 테라스 공간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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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민
임홍량, 주병규, 이아린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81길 15
업무 및 근린생활시설
600.7㎡
299.7㎡
2,423.6㎡
지상 6층, 지하 2층
19 대
20.9m
49.9%
248.7%
철근콘크리트구조
아노다이즈드 알루미늄, 모노벽돌 와이드
콘크리트 노출, 테라조스톤
터구조
정연이엔지
예미건설
2017. 2. ~ 2018. 5.
2017. 7. ~ 2019년 3.
40억 원
유앤남건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