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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포용한 2024 파리 올림픽

노성자
사진
기욤 봉텅(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파리 미디어 센터
진행
박지윤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4년 9월호 (통권 682호) 

 

에펠탑이 내려다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에서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대중을 위한 축제의 자리가 마련됐다. ©Clement Dorval, Ville de Paris  

 

올여름, 파리 도심에 100년 만에 올림픽이 귀환했다. 센강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트로카데로 광장, 베르사유 궁전, 콩코르드 광장 등 프랑스의 상징적인 랜드마크에서 치열한 경기가 펼쳐졌다. 이전의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들이 주로 도시 재개발을 위한 정치적 자금 확보의 수단이었다면, 이번 파리 올림픽은 도시재생을 모티브로 삼아 13조 2천억 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진행됐다. 파리시는 국가 홍보보다는 시민들의 편의에 초점을 맞추며 ‘탈성장’ 도시재생 모델을 선택했다. 경기장 신축 비율을 대폭 줄이고, 센강에서의 수영 경기 준비와 도심 자전거길 설치에 주력했다. 이번 올림픽의 도시계획은 과거 파리시 도시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다. 이 전략이 올림픽 폐막 이후, 미래 도시를 그리기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을까? 

 

파리시는 이미 있거나 임시로 지어진 경기장을 95% 사용하겠다고 선언하고, 파리 도심의 경기장들을 보수하거나 용도에 맞게 개조했다. ©Paris 2024 

 

메가 스포츠 이벤트와 도시 

프랑스혁명 이후 제1공화국이 출범할 때, 수학자 샤를 질베르 롬므(Charles-Gilbert Romme)는 종교와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공화국 달력’을 개발했다. 이 달력은 열두 달이 각각 30일로 구성되었으며, 남은 5~6일은 연말에 추가됐다. 그는 4년마다 발생하는 윤년을 ‘올림픽의 해’로 칭하고, 남은 하루에 운동경기를 치르자고 제안했다. 당시 파리 공공안전 담당관은 올림픽 경기를 샹 드 마르스 광장에서 열 것을 제안했고, 1796년 파리에서 열린 ‘공화국 올림피아드’에는 수십만 명의 군중이 모여들어 레슬링, 멀리뛰기 등의 경기가 펼쳐졌다. 비록 나폴레옹의 집권으로 공화국 달력도 올림피아드도 중단됐지만, 이는 이후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 남작에게 하나의 영감이 되어 1896년 시작된 지금의 올림픽이 탄생하게 됐다.

오늘날의 올림픽은 프랑스혁명과 파리코뮌의 영향을 받아 샹 드 마르스 광장을 비롯해 도시 전역에서 열렸던 쿠베르탱의 올림픽과는 거리가 멀다. 전 세계 곳곳에서 관중들이 모여들고, 각국에서 엄격한 라이선스제로 생중계되는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mega sporting event)가 된 올림픽은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도시개발의 기회로 여겨지며, 지방자치단체와 국가들이 앞다투어 유치에 나서는 ‘황금 티켓’이 됐다. 올림픽 개최는 바르셀로나나 아테네처럼 산업화 시대의 유휴지가 된 해변을 개방해 밀도가 높고 폐쇄적이었던 도시의 표정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나 중국 베이징과 같은 산업화 후발주자의 올림픽, 또는 영국 런던이나 일본 도쿄처럼 사회적 참여를 표방했던 후기 산업화 국가들의 올림픽 개최는 자본 논리에 의한 강제이주 또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조장하거나, ‘화이트 엘리펀트’라 불리는 보여주기식 건축물을 생산해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파리는 유럽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수도다. 임시로 구축된 경기장들은 도시조직 속에 촘촘하게 자리한다.

 

파리시의 도시 전략 

이번 여름, 파리는 ‘활짝 열린 올림픽’이란 표어를 내걸고, 런던 이후로 올림픽을 세 번째 개최한 두 번째 도시가 됐다. 세계 만국박람회 직후(1900),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 직후(1924) 열렸던 올림픽은 이후 100년 동안 파리에 돌아오지 못했다. 1990년대 이후로 세 번이나 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파리시는 최후의 수단으로 2017년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적인 올림픽을 주제로 잡았다. 경기장의 95%는 재사용하거나 임시로 짓고, 신축 건설 비용과 환경오염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저소득층이 밀집된 파리 북부에 한 개의 신축 경기장과 외곽 지역에 올림픽 선수촌과 수영장만이 건설됐다. 

파리시의 이와 같은 과제 설정은 장기 집권하고 있는 시장 안 이달고(Anne Hidalgo)의 기후변화 대응 중심 공약과 카를로스 모레노(Carlos Moreno)의 ‘15분 도시’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현 파리시청 소속 도시계획가는 “도시계획은 기후변화 대책을 최우선으로 중심에 놓고 고려한다”고 했다. 이달고는 2014년 당선 이후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80% 줄이겠다는 파격적인 목표를 내세웠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파리시는 자동차 통행량을 35% 감소시켰고(지난 20년 동안 50% 감소), 미세먼지 농도를 25% 줄였으며, 이산화질소 배출량을 40% 감소시키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는 여전히 50도에 육박할 여름 날씨에 대비하고 있다. (같은 위도에 있는 인도는 이미 2022년 여름에 51도를 기록했다.) 올림픽이 마지막으로 열렸던 10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올림픽 기간의 평균 기온은 3도 상승했고, 30도 이상의 기온을 기록할 확률은 3배 증가했다. 게다가, 기후변화를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10년간 오히려 30% 증가했다. 그랑 팔레 복원 중 유리 일부를 자외선 차단창이나 이중창으로 교체하는 등 거대한 박물관처럼 잘 보존된 파리는 커다란 짐승이 서서히 움직이듯,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에 나서고 있다. 

 

샹젤리제 거리. 센강에서 수영을 마친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은 파리를 남과 북으로, 동과 서로 구분하는 축을 따라 자전거와 달리기 경주를 한다. 

 

자전거 만리길로 변모한 자동차길 

히볼리 가는 콩코르드 광장에서 시작해 튈르리 정원과 루브르 박물관을 한쪽에 끼고 도시로 뻗어나가는 53개 진입로로 이어지는, 파리의 서쪽과 동쪽을 관통하는 3km의 직선도로다. 연속되는 아케이드 아래 한때 번창했던 상업지는 2000년대 초반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가게나 5성급 호텔들이 들어차며, 하루에 약 2만 5천여 대의 통행량을 기록하는 교통 혼잡지대가 됐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위기 이후 히볼리 가는 크게 달라졌다. 과거 자동차가 주도하던 도로는 이제 자전거와 통근자, 관광객들로 활기를 띤다. 파리시는 2017년 자전거 도로를 추가한 이후, 코로나19로 도로가 텅 빈 시기를 기회 삼아 도로에서 자동차를 주기적으로 제한하고 ‘코로나 피스트(코로나 자전거길)’를 조성했다. 현재 히볼리 가의 자전거 하루 통행량은 9만 4천 대로, 특정 차량만이 시속 30km로 단 하나의 차선을 사용할 수 있다. 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히볼리 가를 중심으로 거대한 자동차 통행 금지구역이 설정됐고, 1,500만 명에 달하는 방문객과 언론인은 오직 도보나 자전거, 또는 대중교통을 통해 경기장과 경기장 사이를 다녀야 했다. 

파리는 런던이나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와 같은 도시에 비해 비교적 최근부터 자전거 통행 중심의 도시를 추진하고 있지만,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 2010년 440km에 불과했던 자전거 도로를 현재 1,300km로 확장, 주변 외곽 지역까지 합치면 약 4,000km 이상의 자전거망이 생겼다. 파리시는 자동차 사용량을 줄이는 정책이 대기오염을 40%까지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자전거 도로 이외에도, 2025년까지 디젤 차량 통행 전면 금지, SUV 차량 주차 요금 3배 인상에 더해 주차 공간 5만여 개를 없애고, 100개 이상의 자동차 도로를 폐쇄하며, 자동차를 갖고 나오기에는 힘든 도시로 설계되고 있다. 

한 도시계획가는 이 자전거 중심 정책이 거리에 새로운 위계를 세웠다고 전했다. 자전거가 도로를 장악하게 되면서 보행자들이 길을 건널 때 위협을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전거가 아니라 자동차가 문제”라며 자동차든 자전거든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멈춰서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본질은 도로 위 우선권을 재지정할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것이다. 그 일례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앞과 테라스가 즐비한 ‘만남의 구역(zone de rencontre)’에는 자동차 진입과 주차가 전면 금지됐고, 그 주변에서는 자동차 속도를 시속 20km로 제한했다. 

 

©Ville de Paris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100년 동안 금기시 됐던 센강 수영이 다시 허용됐다. 

 

산업적 도구로서의 강에서 자연의 강으로 복귀 

히볼리 가를 떠나 센 강을 따라 오스테를리츠역으로 향해보자. 아직까지 파리는 마냥 보행자 천국은 아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지하철은 곧 지옥철이 되고, 역 앞에는 역류하는 하수구로 물이 넘치기도 한다. 센강에는 노상방뇨의 냄새가 가득하고, 바쁜 도시의 일상 속에서도 종종 테러의 위협이 감지되기도 한다. 이 중심에, 파리의 가장 야심 찬, 그리고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올림픽 도시계획의 시도가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관심과 비판을 많이 받았던 유산 프로젝트는 센강에서 수영 종목을 개최하기 위한 수질 개선이었다. 오스테를리츠역에는 폭우가 내릴 때 센강으로 흘러넘칠 수 있는 오수를 따로 보관하기 위해 올림픽 수영장 20개 규모의 저수조가 배치됐다. 또한 센강에 정박해 있던 배들과 주변 위성 도시의 하수도관 재설치 작업도 속도를 냈다. 140억 유로라는 막대한 예산이 헛되이 쓰였다는 비판이 쏟아질까 우려한 듯, 대통령과 체육부 장관, 파리 시장 등 정치인들은 앞다퉈 센강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으며, 불만을 품은 프랑스 국민은 강에 ‘볼 일’을 보겠다며 억지스러운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난했다. 비록 트라이애슬론과 10km 마라톤 수영 종목은 무사히 치러졌지만, 개막식 하루 동안 15일치의 비가 쏟아지면서 센강에서의 연습 시간이 취소됐고 한 트라이애슬론 선수는 구토를 한 후 혼성 경기에서 기권을 선언했다. (이후, 대장균에 의한 구토가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우리는 이를 올림픽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을까? 파리시의 계획은 올림픽을 기회 삼아 각종 공사를 한 후, 시민의 여름철 수영을 위해 센강을 개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계획의 가장 허술했던 점은 수질 문제를 단순히 인체에 해로운 대장균과 장구균, 오직 두 개의 수치만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센강 개방을 위한 정책을 펼친 이유는 무엇일까? 센강의 수질은 1910~1980년대에 급격하게 악화됐다가 1990~2000년대에 일정 부분 개선됐으나 이후 정체기에 다다랐다. 어쩌면 미디어와 정치인들은 센강의 개방이 수질 개선의 촉진제가 되기를 희망한 것은 아닐까? 그간 입수가 금기시됐던 공간이 몸을 적시고 놀 수 있는 장소가 된다면, 사람들은 물이 완벽하게 깨끗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물을 여가를 위한 도시 자원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의 말처럼 “산업적 자원에서 자연의 자원으로 인식을 전환해, 센강을 파리의 탯줄로 다시 확립하기 위해서는” 다소 파격적인 쇼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파리시는 2002년부터 여름마다 센강변에 모래사장을 조성해 바닷가처럼 꾸미기 시작했고, 2016년을 전후로 센강변 자동차 도로를 없앴으며, 2021년부터는 순차적으로 일부 지역에서 입수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마라톤 선수들이 방돔 광장을 지나 베르사유 궁전으로 향한다. ©Valentin Chesneau , Ville de Paris 

 

문화유산을 경기장으로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오랑주리 미술관까지 관광을 마쳤을 여행객에게, 같은 축에 있는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은 필수 코스다. 계획도시 파리의 문화유산인 그랑 닥스(중심 축)의 끝을 장식하는 개선문은 여전히 드높게 서 있지만, 관광객과 명품 가게들의 전유물이 된 샹젤리제 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 불릴 명분을 상실한 듯하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문화유산을 적극 활용해 ‘도시 전체를 경기장으로’ 사용하겠다는 배포로 시작됐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보행자가 다니기 어려워진 이 거대한 직선 길을 보행자 친화적으로 재정비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들이 자리한다. 이 중 특히 펜싱, 유도가 열렸던 그랑 팔레와 트라이애슬론, 10km 마라톤 수영이 열렸던 알렉상드르 3세 다리, 그리고 BMX, 브레이킹, 3대3 농구, 스케이트보드가 열렸던 콩코르드 광장의 구도를 눈여겨볼 만하다. 파리의 그랑 닥스는 본래 루브르 박물관, 튈르리 정원, 콩코르드 광장, 상젤리제 거리와 라 데팡스로 이어지도록 계획됐다. 더 작은 하나의 축은 엘리제 궁전에서 콩코르드 광장으로, 그랑 팔레와 쁘띠 팔레 사이를 지나 알렉상드르 3세 다리를 건너 앵발리드 광장으로 뻗어나간다. 이 중 콩코르드 광장은 거대한 자동차 교차로, 샹젤리제 거리는 8차선 도로로 지어져 실제 쾌적한 보행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 한때 ‘그랑 프로므나드(긴 산책로)’라고 불렸던 샹젤리제 거리에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오는 파리지앵은 전체 방문자의 5%밖에 안 된다. 

이러한 보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나선 단체는 공공기관이 아닌, ‘샹젤리제 위원회’라는 민간업자 단체다. 루이비통의 두 창시자가 최초의 위원장을 맡았던 위원회는 현재 프랑스 기업 LVMH 수장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8차선 도로를 4차선 도로로 축소하고, 나무와 식생으로 보행 환경을 재조성하기 위한 사전 연구가 마무리 된 단계로, 2030년까지 재정비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더불어, 파리시는 지난 6월 콩코르드 광장 재정비를 위한 12가지 제안을 발표했다. 그들은 돌 바닥으로 만들어진 광장에 나무와 식생을 정비하고, 광장의 반을 튈르리 정원의 연장선으로 가꿀 것이라 말했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수많은 프랑스의 권력층이 사형을 당했던 곳이 다시 한번 시민이 모일 수 있는 광장으로의 기능을 되찾는 것이다. 

파리 올림픽은 문화유산을 임시 경기장으로 활용해 관광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환경 공해를 줄였다. 게다가 각 문화유산 특유의 장소성을 살렸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서는 펜싱, 승마, 경주, 사격, 근대5종 경기가 펼쳐졌고, 군 병원이었다가 군사박물관이 된 나폴레옹의 무덤 앞에 펼쳐진 앙발리드 광장에서는 양궁 대회가 열렸다. 센강에서 열린 개막식이나 파리에서 베르사유 궁전까지 선수단 뒤를 쫓아가는 ‘모두가 참여하는 마라톤’은 (파리 시민에게는 교통 통제로 인해 불편함을 줬지만) 도시 전체를 하나의 경기장으로 이용한 예다. 

폭우 속에서 ‘무대는 계속된다’는 정신으로 강행된 센강 개막식 이후, 곳곳에서 비판이 터져 나왔다.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견식 없는 비판이라는 엘리트적인 발언들도 여기저기 보였다. 이에 파리 내 실제 사정을 글로 담아보려고 했으나 쉽지는 않았다. 파리의 다소 허망해 보이는 도시 정책들은 실제로 파리를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이 공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외기 설치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인해 에어컨 하나 없이 더위에 시달리며 단 며칠 밤이라도 지새워 봤다면, 파리지앵들이 왜 센강에라도 뛰어들고 싶어하는지 공감이 되지 않을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 불리던 샹젤리제 거리가 관광객과 자동차의 전유물이 되어 공공의 기억 속에서 일종의 불모지가 됐다면, 재벌 총수의 돈을 들여서라도 되찾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서방 국가 중에는 가장 밀도가 높은 수도, 파리에서 일인당 9.5평(서울 평균 10.5평)도 안 되는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면, 적어도 아이들이 등굣길에서만큼은 자유롭게 뛰어놀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이번 파리 올림픽을 프랑스인들이 전 세계에 우월함을 과시하는 쇼였다고 평했다. 하지만 자동차 중심 도시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기 위해 올림픽이라는 명분으로 평상시에는 너무 도발적이라고 비판받았을 정책들을 대범하게 실험해본 것은 아닐까? 화려한 무대 장식, 그 이면에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이 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작은 고민과 실험이 담겨 있었다고 짐작해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의 진정한 유산은 국가의 명예가 아닌, 파리지앵들의 일상이 될 것이라 희망을 걸어본다. ​ 

 

콩코르드 광장에는 4만 개가 넘는 좌석의 임시 경기장이 설치됐다.​ ©Josephine Brueder, Ville de Paris

 

올해를 기점으로 파리 시내에는 1,300km, 주변 외곽지역까지 합치면 약 4,000km 이상의 자전거 길이 조성됐다. ©Josephine Brueder, Ville de Paris

월간 「SPACE(공간)」 682호(2024년 09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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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자
노성자는 건축・도시 전문 번역가다. 「SPACE(공간)」 기자를 거쳐, 프랑스에 거주하며 KBS 파리지국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학사를, 파리 도시계획학교(Ecole d’Urbanisme de Paris)에서 도시계획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글, 전시,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현대인과 사회기반시설이 맞닿는 접점과 그 이면에 있는 기술 사회학적인 조건을 탐구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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