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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텐츠 정수장

오펜하임 아키텍처

비트 휴슬러 × 최은화
사진
뵈르예 뮐러(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오펜하임 아키텍처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자연과 융화되는 물의 공간 

인터뷰 비트 휴슬러(오펜하임 아키텍처 디렉터) × 최은화 기자 ​

 

최은화(최): 2011년 무텐츠 시가 프로젝트를 발주할 당시 어떤 요구 사항이 있었나? 

비트 휴슬러(휴슬러): 무텐츠 시 기준에 따라 산업용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예산이 정해져 있었다. 그 예산 안에서 방문객을 위한 공간과 정수시설을 모두 실현하는 게 가장 큰 요구 사항이었다. 

 

최: 무텐츠 정수장은 라인강 인근 숲속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녹지지역에 건물을 지을 때 고려해야 할 건축법과 규정이 까다롭고 엄격한 편인데, 스위스는 어떠한가? 

휴슬러: 스위스도 복잡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건설이 허용되지 않는 지역에 건물을 지어야 해서 힘들었다. 건물은 식수지에 자리하는데, 비가 내리면 건물 때문에 식수지가 오염된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물을 오염시키지 않는 재료를 선택해야 했기 때문에 구리를 비롯한 금속재료를 사용할 수 없었다. 또한 시공 과정에서 고중량 트럭을 사용하지 못했고, 기름 유출도 신경 써야 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주변 숲과 자연을 보호해야 했다. 

 

최: 정수 과정의 순서와 정수기계의 배열에 따라 내부 공간이 정해졌고, 이로 인해 건물의 크기와 형태가 결정됐다. 

휴슬러: 콘텍스트에 근거하여 형태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형태를 결정하는 요소가 무엇이 있을 수 있는지 살펴봤다. 프로젝트 요구 조건과 관련된 자료를 처음 건네받았을 때, 정수장은 내부에 높은 급수탑이 특징인 단순한 상자 모양 건물로 계획되어 있었다. 우리는 이 상자에 대해 고민했다. 상자의 일부분은 서른 명의 인원을 수용하는 방문자 센터여야 했는데 전형적이고 따분한 공간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다양한 형상의 물을 체험할 수 있는 정수장의 핵심 공간으로 계획했다.  

 

최: 무텐츠 정수장은 물을 정화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정수 과정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교육과 전시의 기능도 한다. 

휴슬러: 정수 과정을 안내하는 착실한 모범생 같은 공간을 탈피하여 사람들이 물을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계획하고자 했다. 무텐츠 시민들은 대부분 자신이 사용하는 물이 어디에서 오는지 잘 알지 못한다. 시간이 더 흐르면 정수장 벽면에 녹이 슬고 물이 흐른 자국이 거친 파사드에 무늬를 형성할 것이다. 근처 고속도로에서 시속 80km로 자동차를 타는 사람도 이 무늬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최: 정수장의 입구인 알코브에는 물이 다양한 형태로 담긴다. 사람들은 징검다리로 물웅덩이 위를 건너고, 비가 오는 날엔 빗물이 지붕을 따라 천장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날씨와 시간에 따라 안개에 둘러싸이기도 한다. 사용상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독특한 진입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휴슬러: 사실 방문자 센터는 지금보다 세 배 더 큰 규모로 계획되었다. 정수장의 입구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치와 크기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계획이 수정되어 지금 모습이 되었다. 방문자 센터는 정수시설을 관망하는 단상의 역할을 하며 주변 경치를 즐기는 무대가 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연 속에 존재하는 있는 그대로의 물부터 여러 시설을 거쳐 최종 정수된 물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최: 암석을 닮은 거대한 볼륨 곳곳에 틈이 있다. 이러한 개구부에 대해 어떤 고민이 있었나? 

휴슬러: 초기 디자인 요구 조건에 개구부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개구부를 최소화하여 계획했다. 하지만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클라이언트가 개구부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추가했다. 개구부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신중하게 배치했다. 각각은 외부 형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콘크리트 벽이 어느 각도에서나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세 개의 문과 여러 개의 창문을 파사드에 숨겼다. 또한 방문자 센터는 물에 반사된 햇빛을 창문이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최: 숏크리트를 마감재료이자 구조재료로 사용했다. 

휴슬러: 산업용 건물에 맞게 예산이 주어졌지만, 콘크리트를 사용했기 때문에 주어진 예산 안에서 많은 가능성을 누릴 수 있었다. 금속으로 마감을 하면 주기적으로 유지보수가 필요하고, 목재 또한 몇 년에 한 번씩 페인트칠과 관리 작업을 해야 한다. 콘크리트는 유지보수가 필요 없고 복잡한 디테일도 적다. 또한 조형적으로 풍부한 표현이 가능해 유기적 형태를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 

 

최: 기공이 많은 거친 파사드 표면에 녹이 슬고 이끼가 끼며 주변 환경으로 점점 녹아 들어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완공하고 2년이 지난 지금, 정수장의 모습은 어떠한가? 

휴슬러: 성장을 위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식생이 건물에 영향을 끼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콘크리트 표면에는 칼슘 성분으로 인한 가느다란 선과 물 자국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끼가 눈에 보이려면 계절을 여러 번 더 보내야 할 것 같다. 정수장 주변에 식재를 심는 일도 얼마 전에 겨우 끝마쳤다. 자연 속에 자리 잡고 10년은 흘러야 완벽하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최: 2011년 발주를 시작으로 2017년 완공에 이르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휴슬러: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스물 다섯 명의 엔지니어 사이에서 우리 건축가들은 괴짜 취급을 받았다. 우리가 제안한 계획에 대해 가장 비판적이었던, 심지어 초창기에는 우리를 적으로까지 몰았던 이들이 지금은 프로젝트에 자부심을 느낀다. 자신들의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무텐츠 정수장 사진을 게시하고 있을 정도다. 

 

 

 

​Aeron Kohler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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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Oppenheim Architecture

설계담당

Chad Oppenheim, Beat Huesler, Frederic Borruat, Al

위치

Muttenz, Switzerland

용도

water treatment plant

대지면적

3,000m²

건축면적

1,850m²

규모

B1, 2F

건폐율

61%

구조

concrete

외부마감

shotcrete

내부마감

shotcrete

구조설계

WMM Engineers AG

기계,전기설계

CSD INGENIEURE AG

시공

ERNE AG

설계기간

Apr. 2011 – Apr. 2015

시공기간

Apr. 2015 – Jan. 2019

건축주

City of Muttenz


오펜하임 아키텍처
오펜하임 아키텍처는 인테리어, 건축, 도시설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글로벌 디자인 회사로 마이애미에 본사를 두고 뉴욕, 바젤에 지사가 있다. 호텔 및 복합상업 공간, 소규모 상점 및 주거 건물 프로젝트에 주력하며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독창적이고 경제적인 설계안에 대해 고민한다. 25개국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를 통해 각지의 콘텍스트에 조화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였으며 미건축사협회상 수상을 포함하여 70여 회의 수상 경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