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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구조에 매달린 금속과 커튼: 5 베르부아

무사피르 아키텍츠

사진
에르베 아바디(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무사피르 아키텍츠
진행
박지윤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4년 3월호 (통권 676호) 

 

 

인터뷰 페트라 블레이스 인사이드 아웃사이드 대표 × 박지윤 기자​

 

박지윤(박): 파리 베르부아 거리에 위치한 1970년대 상업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작업으로 기존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강조하기 위해 콘크리트에 블랙 스틸과 알루미늄을 매다는 방식을 택했다.

자크 무사피르(무사피르): 무거운 무게를 지탱하는 기존 콘크리트 구조와 새로운 블랙 스틸 계단, 입면에 매달린 경량 금속 구조물을 서로 구분한 것은 미학적이고 구조적인 이유 때문이다. 시공의 관점에서 볼 때 현장에서 콘크리트 계단을 제작하기보다 사전 제작된 철을 다루는 방안이 비교적 간단하고 신속할 것이라 판단했다. 블랙 스틸과 경량 금속 구조물의 사용은 기존 것과 새것을 구분하고, 기존 건물에서 보존된 콘크리트 셸과 같은 요소를 강조하기도 한다.

 

 

©Vincent Leroux 

 

 

박: 사무실, 주거 공간 등으로 사용되는 건물로 4~7층은 ‘오피스 같은 주거 공간’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공간을 계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무사피르: 기존의 콘크리트 구조는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중립적이고, 일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기둥-보가 가진 합리적인 시스템은 사무실이라는 단일 용도에서 주거 공간과 사무실이라는 두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로 변모하도록 해줬다. 지속 가능한 건축물의 조건은 한 용도에서 다른 용도로 변형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는 것, 특히 사무실에서 주거 공간으로, 혹은 그 반대로 변형할 수 있는 가능성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건축물이 언제나 가변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과 연관해 프랑스의 방화 기준은 주거 공간에 비교적 더 엄격하지만 우리는 사무 용도의 아래층과 주거 용도의 위층 입면 모두 동일하게 마감했다. 조금 더 일반적인 이유를 말하자면, 재택근무와 홈 오피스가 증가하는 이 시대에 거주 공간과 업무 공간 구분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 웨일 빌딩(2016), 문화연구소 파리 5(2023) 또한 오래된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작업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혹은 알루미늄을 사용해 이전 건축 재료와 구별하는 동시에 공간에 역동성을 더했다. 리노베이션 작업에서 금속의 매력은 무엇인가?

무사피르: 모두 석재, 벽돌, 혹은 콘크리트로 지은 19세기 혹은 20세기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작업으로 동일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무게를 지지하는 구조를 보존하면서 공간과 빛을 최대한으로 들이고, 새로운 수직 통로로 기존 배치를 향상하고, 입면을 포함한 모든 부차적 요소를 개선해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가장 쉽고 저렴한 방법은 곧 경량 금속 구조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디자인적으로도 추가된 금속은 기존의 건축 요소와 구분되는 동시에 서로를 강조해준다.

 

 

©Jacques Moussafir 

 

박: 거리에 면한 북쪽 입면에는 콘크리트에 매달린 알루미늄 클래딩, 그 바깥에 커튼을 설치했다. 내부가 아닌 외부에 커튼을 계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무사피르: 알루미늄 클래딩과 유리는 콘크리트 슬래브 다섯 개 층에 고정된 40mm 두께의 수직 강판에 매달려 있다. 콘크리트 구조와 유리 입면 사이에 삽입된 이 수직 강판들은 유리 입면에서 60cm 떨어진 위치에서 커튼을 지탱하는 콘솔(console)형 보를 지지하고, 이웃한 석조 입면과 어울리도록 해준다.

초기에 우리는 입면의 바깥쪽에 덧문을 계획했지만 미니멀한 유리 입면이 완성됐을 때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무거운 덧문을 사용했다면 건축물이 아무리 열린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해도 빛과 시야가 제한됐을 것이다.

 



박: 천공된 PVC로 이루어진 10m 길이의 커튼이다. 외부에 설치된 커튼이기에 재료와 형태에 대해 또 다른 고민이 필요했을 것이다.

페트라 블레이스(블레이스): 무사피르는 기계식 커튼 시스템을 요청했고, 그 시스템은 모터와 함께 외부에 설치해야 하는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여러 난제를 가져왔는데 모터, 커튼 트랙, 커튼 등 모든 부가장치들이 풍압과 빛, 비바람 등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커튼은 바람을 투과하는 펴짐 처리(pre-stretched)가 된 PVC 메시로 만들어졌다. 트랙과 캐리어는 녹 방지 처리를 했고, 층마다 네 개씩 있는 모터들은 방수 상자 안에 넣어 비로부터 보호했다. 바람속도 센서를 설치해 바람이 너무 강해질 경우 모터를 작동해 커튼들을 수납공간 안으로 들이기도 한다. 

이 작업에 사용된 PVC 메시는 주로 고속도로 옆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 광고판에서 쓰이는 재료로 바람을 투과하며, 오랜 시간 동안 강도와 내구력이 증명됐고 디지털 인쇄도 가능하다. 우리는 PVC 메시에 회청색의 큰 나무 그림을 프린트했는데 건물 전체를 덮는 이 나무 그림은 베르부아 거리에서 자라는 포르투갈 월계수를 본뜬 것이다. 메시의 구멍들 또한 나무 그림을 따라 계획돼 그림을 강조하며, 재료가 가진 기능보다 더 바람이 유동적으로 투과될 수 있도록 돕는다. 커튼은 한 층마다 두 개로 구성돼 각 상황에 맞춰 배치할 수 있다.

 

©Vincent Leroux 

 

 

©Vincent Leroux 

 

박: 메종 보르도(1998)에서는 불투명한 천 중앙에 투명하고 동그란 비닐을 둔 커튼으로 공간을 구획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을 유도했고, 쿤스트할(1992)에서는 경사진 공간의 세 면을 감싸는 사선 커튼을 계획했다. 본인이 전문 분야라고 말한 ‘텍스타일 건축’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으며, 텍스타일 건축이 건축과 만날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는가?

블레이스: 엄격한 정의는 때로 대상이 지닌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어 느슨하게 대답하고자 한다. 텍스타일 건축은 단순한 텐트에서 시작해 ETFE 필로우(pillow)로 만든 공기 주입식 지붕 등 높은 기술을 요하는 건축 요소까지 포괄한다. 천 조각 하나로 만든 단순한 트랙으로도 훌륭한 무언가를 야기할 수 있다. 그것은 무대의 커튼이 될 수도, 그늘을 만드는 지붕이 될 수도, 유리 입면을 내부나 외부에서 덮는 것이 될 수도, 유연한 벽이 되어 개별적 방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기능들을 통해 텍스타일은 여러 가지 기술적이고 공간적인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으며 건축보다 더 간편하고 저렴한 방법으로 공간의 질과 사용성을 높일 수 있다.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거대한 커튼들을 이동하고 확대하고 압축하고 주름을 만들고, 늘리고 드러나고 사라지게 할 수 있다. 투명하든 투명하지 않든, 가볍든 거대하든, 구멍을 뚫든, 창문을 만들든, 틈새를 내든, 자르든 끊든, 지퍼를 달든, 주름을 만들든, 엮든 뜨든, 매듭을 짓든, 코바늘을 뜨든, 텍스타일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고 사용된다. 그렇기에 텍스타일과 텍스타일 건축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월간 「SPACE(공간)」 676호(2024년 03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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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Moussafir Architectes (Jacques Moussafir)

설계담당

Virginie Prié, Estelle Grange-Dubellé,

위치

5 rue du Vertbois 75003, Paris, France

용도

neighbourhood living facility

대지면적

1,507㎡

연면적

1,134㎡

구조설계

Malishev-Wilson (Philip Wilson, Ghyslain Protois)

시공

Lisandre (structure), Rok (electricity), Kozac (l

설계기간

2013 – 2022

Exterior curtains designer

Inside Outside (Petra Blaisse, Peter Niessen)

Construction budget

400 million EUR


자크 무사피르
자크 무사피르는 개인 주택에서 공공 임대주택까지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중 파리의 샤펠 인터내셔널 구역에 지은 120개 주거 유닛은 2022년 공공지원 주택 부문에서 최우수건축대상을 받았고, 2023년 아키타이저 어워즈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르 땅 마신’은 2023년 프랑스 문화부에서 ‘주목할 만한 현대건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페트라 블레이스
페트라 블레이스는 인사이드 아웃사이드의 창립자이자 책임 디자이너로 인테리어 디자인, 조경, 건축, 전시, 텍스타일, 커튼 디자인 등 여러 창작 영역에서 활동한다. 그간 블레이스는 획기적이고 다이내믹한 개입으로 다수의 상을 받았고, 2022년 네덜란드의 ‘ARC 22 Architecture Oeuvre Award’를 수상했다. 그녀는 국제적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와 실습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사이드 아웃사이드의 작업에 관한 두 권의 책(2007년, 2012년 출판)에 이어 오는 3월에는 2018년부터 유럽 지역에서 열린 회고전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인사이드 아웃사이드·페트라 블레이스 – 회고전』이 취리히 연방공과 대학교의 추진으로 출판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