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 Eunhwa
지난 5월 2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 최문규(연세대학교 교수)의 디지털 아카이브 자료를 주제로 ‘부산물은 나의 힘’ 세미나가 국립현대미술관 디지털아카이브라운지에서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국립현대미술관 공예·디자인·건축 분과 연구 세미나와 목천건축아카이브 동시대 건축 현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축가의 사고가 구축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생산된 다양한 부산물을 살펴보며, 나아가 이러한 건축 자료가 아카이빙 되는 과정을 탐색하고자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최문규뿐만 아니라, 건축역사학자 겸 큐레이터 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아티스트 문경원(이화여자대학교 교수), 그래픽디자이너 최성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건축가 강예린(서울대학교 교수)이 참여해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를 이어갔다.
먼저 배형민이 ‘반란의 아카이브’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최문규와의 대화집 『의심이 힘이다』를 언급하며, “결과물만 드러내는 일반적인 건축 저서와 달리 건축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드로잉, 생각, 대화 등 부산물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는 “타인의 결과물이 자신의 부산물이 될 수도 있고 또한 부산물이 결과물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건축에 대한 해석이 시대와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건축 아카이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역설했다.
다음 순서로 최문규가 ‘오늘도 걷는다마는’ 발표를 통해 본인이 만들어낸 세 가지 부산물을 소개했다. 우선 ‘시간의 부산물’로, 일상적 경험을 기록한 음식, 나무, 골목, 풍경 드로잉을 선보였다. ‘생각의 부산물’은 미꾸라지, 문어, 사람, 건축 드로잉 등 다양한 그림과 짧은 글이 어우러져 그동안의 고민과 생각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노동의 부산물’을 통해 하나의 건축물을 위해 적게는 100개, 많게는 300개까지 제작하는 건축 모형의 사진 기록물을 공유했다.
이어서 건축 아카이빙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강예린은 목천건축아카이브가 근대건축가를 아카이빙 할 때는 구술의 방식을, 동시대건축가에는 대화를 적용시킨다는 사실을 환기시켰고, 배형민이 동의하며 역사를 기록하는 형식은 변화한다고 말했다. 최성민은 건축과 디자인에 있어서 대부분의 기록물이 보관되지 않고 사라진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서구의 그래픽 디자인은 과거를 포용해 오늘날의 디자인에 이용하는 반면, 한국은 아카이빙의 존재 조차 귀하다고 말했다. 문경원은 아카이빙의 활용에 대해 언급했다. 최근 아카이빙 형식을 취하는 많은 전시들이 관람객에게 피로감을 준다고 지적하며, 아카이빙이 정보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개개인에게 의미 있는 지식이 되기 위해서는 방대한 자료 중 무엇을 취하여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화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