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랩소디> 전시 전경 / Image courtesy of Wooran Foundation
오직 백색만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 <화이트 랩소디>가 지난 4월 1일부터 우란문화재단에서 진행되고 있다. 백색은 이제껏 ‘백의민족’, ‘백자’ 등 전통적, 민족적 색채를 의미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백색의 선험적 의미를 탈피하고자 한다. 백색을 일상과 맞닿아 있고, 실제로 경험할 수 있고, 산업적 미감과 밀접한 것으로 바라보며, 1970~80년대에 태어난 다섯 명의 작가의 신작 10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정이삭(동양대학교 교수)이 디자인한 계단식 지형 위에 오브제, 설치물, 사진 등이 곳곳에 나열되어 있다. 계단 한쪽 끝에는 주세균의 도예 작품이 놓여 있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오브제들은 평범한 흰 도자기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검은색 도자기 위에 흰 분필을 여러 번 덧칠한 것이다. 그는 전통 방식에서 벗어난 백자 제작 기법을 선보이며 공예의 의미를 새롭게 다진다. 계단 중앙부에는 하얗게 빛나는 작품 한 점이 나풀거린다. 신현정의 작품으로, 옥양목, 실크, 무명천 등을 바느질로 연결한 것을 조명과 함께 프레임에 설치했다. 직물, 회화, 빛의 관계에 대한 실험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흰 직물 위에 여러 촉감과 온도가 덧입혀지길 바랐다.
한쪽 벽에는 김경태의 전구 사진이 걸려 있다. 그는 일상 속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산업 제품인 형광등을 매우 근접한 거리에서 촬영했다. 흰색으로 인지되는 빛의 방출과 전기적 충돌을 추상적으로 담아낸다. 그 외에도 백색 가전을 주제 삼아 기성품과 미술품 사이의 위상 차이를 드러내는 최고은, 향의 연소 과정을 포착하여 색채를 시각적인 물성이 아닌 시간성으로 다루는 여다함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5월 27일까지. <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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